*** 내 나이 아흔살*** |
![]() ▲‘내 나이 아흔, 세상 떠날 날이 머지 않았지…’▲ 올해 아흔인 홍영녀 할머니는 매일 일기를 쓴다. 학교 문턱을 밟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일흔 이 돼서야 손주에게 한글을 배웠다. ‘까막눈’에서 벗어난 이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 홍 할머니. 삐뚤빼뚤 서툰 글씨에 맞춤법조차 엉망이지만 20여 년 동안 써 온 그의 일기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세상과 이별할 날이 머지않은 그의 일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닥칠 노년의 삶과, 인생이란 무엇인지 조용히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 ▲이 내 마음 누가 달래주나▲ 그 누가 이내 마음을 달래 주나 청개구리는 무슨 사연으로 저다지 슬픈소리로 슬픈소… ![]() ▲‘나는 쓸쓸 해, 가슴이 서러워…’▲ 오늘도 흰 머리카락 날리면서 산 마을로 너머 가시는 햇님은 어김없이 너머 가시네. 햇님 나는 나는 쓸쓸해. 가슴이 허전해. 가슴이 서러워.… ![]() ▲인생은 바다위에 떠 있는 배가 아닐까▲ 흘러 흘러 저 배는 어디로 가는 배냐. 앞쪽으로 타는 사람은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뒤쪽으로 타는 사람은 그 누구를 기다리네. ![]() ▲아직 어두운데…, 햇님이 나오셨나?▲ 햇살이 고개를 들면 그는 창가로 다가가 햇님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한 시골마을에서 300여 평 남짓한 텃밭에 무, 배추, 호박, 가지, 고추 등 갖가지 농사를 지으며 사는 홍 할머니. 밭일을 하는 동안 그는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매만지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그는 밤 시간이 가장 길고 무료하다. 잘 들리지 않아도 TV를 켜 놓으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슬하에 6남매를 둔 홍 할머니는 혼자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자식들이 서로 모시겠다고 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가 ‘혼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자식들이 걱정하면 그는 “그렇게 죽는 게 복”이라고 대답하며 혼자이기를 고집한다. ![]() ▲헌 내복을 입고 밭일하는 홍 할머니▲ 홍 할머니는 ‘새 내복’ 보다 낡디 낡은 헌 내복을 더 좋아한다. 아들, 딸, 조카들이 사다 준 새 것을 마다하고 헌 내복을 입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 ▲물끄러미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홍 할머니▲ 추수가 끝나면 홍 할머니는 ‘씨앗 봉투’마다 이름을 적어 놓는다. 몇 년째 이 일을 반복하는 그는 혹여 내년에 자신이 심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식들이 씨앗을 심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손수 지은 농작물을 자식들 손에 들려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홍 할머니가 1994년 8월 18일에 쓴 일기 전문이다.
![]() ▲홍 할머니가 닦고 또 닦았던 고무신…▲ 딱히 외출할 계획도 없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고무신을 닦아 햇볕에 말린 홍 할머니. 하지만 갈 곳이 없어 고무신에 다시 먼지가 쌓이고 그는 신어 보지도 않은 채 더러워진 고무신을 또 닦아 햇볕에 내 놓는다. 그는 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뽀얗게 고무신을 닦아 햇볕에 내놓았다. 어디 가게 되지 않으니 신어 보지도 않고 다시 닦게 된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 ![]() ▲가슴에 묻은 자식 생각에 눈물짓는 홍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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